22일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를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연합뉴스]

22일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를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것 같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파파 머스크’라고 부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20일 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겐 최근 비트코인 열풍을 촉발한 머스크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2일 한때 5만8278달러까지 올랐다.  

과거와 달리 기관투자자 참여화폐 대체할 ‘디지털 금’ 위상가격 변동성 심해 매력 떨어지고채권·주식 같은 실체 없어 한계“투기성 자산” 각국 규제도 부담

4년 전 비트코인 열풍이 재연되는 걸까. 2017년 초 9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값은 같은 해 12월 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8년 말 3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며 1차 비트코인 열풍은 막을 내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위상이 4년 전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을 짚어봤다.   ◆기관 투자가 참여=2017년에는 일부 개인 투자자가 앞뒤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에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맹목적 기대가 사라지자 모래알처럼 흩어지며 버블(거품)은 꺼졌다. 당시 기관 투자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비트코인 투자에 시큰둥했다. 이번엔 달라졌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상품의 규모는 31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7만2000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마스터카드 등은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쓰기로 했다. 미국 뉴욕 월가의 ‘큰손’들도 잇따라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다. 헤지펀드 운용사인 튜더인베스트먼트 창업자 폴 튜더 존스는 개인 자산의 1~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량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트코인 채굴량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지털 금’인가=2017년 비트코인은 ‘교환의 수단’이라는 화폐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는 곳은 많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받더라도 시스템 문제로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부에선 “비트코인으로는 식은 커피밖에 먹을 수 없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최근에는 실물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으로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생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공포”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시중에 돈이 워낙 많이 풀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화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부채 규모가 늘어나면 자산가치를 지켜줄 투자처가 필요하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신뢰성과 희소성=1차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봤다. 최근 중국 등에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나섰다. 암호화폐와 CBDC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선 같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도 디지털 화폐를 연구 중이다. 비트코인은 전체 채굴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채굴은 2040년이면 끝난다. 2017년 1670만 개 수준이던 비트코인 채굴량은 현재 1860만 개에 이른다. 전체 채굴량의 88%가 시장에 나와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에는 4년마다 채굴량이 절반씩 줄어드는 반감기도 있다.   6만달러 바라보는 비트코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6만달러 바라보는 비트코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투자 위험은=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심하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기업의 재무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답한 77명 중 84%는 비트코인 보유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변동성을 가장 우려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1차 비트코인 거품이 꺼진 것은 2018년 중국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선 게 도화선이 됐다. 지금도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성 자산이고 돈세탁 수단”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실체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채권이나 주식처럼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